대학생 때 창업을 하면 안되는 이유
대학생 창업 이야기는 마치 정치 이야기와 같다. 극단적인 두 의견이 끝도 없이 싸운다. 누군가는 대학생 때 창업해서 성공했고 누군가는 실패했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그래서 남들과 토론하기보다는 글로 써서 일방적으로 전달하기에 딱 좋은 주제다.
나는 대학생 때 창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대학생이지만) 나는 대학생 때 창업을 했다.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모두 창업이라고 친다면 그것도 여러 번 했다.[1] 그럼 내가 지금 부자일까? 아쉽지만 아니다. 서비스가 실제 매출로 이어진 적은 별로 없다.
내가 대학생 때 창업을 했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한 것일까? 아니다. 내가 돈을 못 번 것은 내가 대학생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아직 돈을 벌고 싶지 않아서였다.[2]
그럼 왜 나는 대학생 때 창업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
일단 일반적인 ‘대학생’의 정의에 대해 말해보자. 대학생은 학문을 가르치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다.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수님께 배운 것들과 동아리, 공모전 등 대외 활동을 바탕으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 회사에 취업한다. 이게 일반적인 ‘대학생’이다.
근데 이 ‘대학생’이 창업을 하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학력, 학점, 스펙, 교수님, 회사 면접관을 내 인생의 성공을 좌우하는 ‘신’ 처럼 믿고 살아왔는데, 막상 창업을 해보니 뭔가 이상한 걸 깨닫게 된다. 날 부자로 만들 수 있는 건 교수님도 회사 면접관도 아닌 ‘고객’이라는 ‘진짜 신’이었다. 이 신은 내가 어떤 대학 출신인지, 어떤 스펙을 갖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그들을 기쁘게만 해주면 신은 만족스러워하며 우리에게 보답한다.
내가 창업한 ‘훈련병 콘텐츠 큐레이팅 서비스’의 ‘진짜 신’은 주로 훈련병의 어머님이었다. 이분들은 내가 몇 살인지, 어느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심지어 ‘군필’인지는 알바가 아니다. 그냥 우리가 매일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본인들의 소중한 사람에게 잘 전달이 되어 그들이 기뻐하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우린 충실히 우리의 신을 따랐다.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믿고 있던 ‘가짜 신’들은 우리를 속여왔다. 교수님들과 회사 면접관들은 우리에게 ‘고객이 만족할 만한’ 대답 대신 ‘본인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요구해 왔다. 학점, 스펙도 ‘고객이 좋아할’ 정답 대신 ‘관계자들이 좋아할’ 정답을 알아내는 사람의 편이었다. 그래놓고 본인들은 ‘진짜 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애를 쓴다. 그들도 ‘고객’ 덕분에 먹고 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대학생이 창업을 하게 되면 더 이상 ‘가짜 신’을 믿을 수 없게 된다.[3] 문제는 나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모두 ‘가짜 신’을 믿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 속에서 혼자 이단아가 된다. [4] 가장 심각한 상황은 성공을 하지 못했을 때 벌어진다. 사실 우리가 ‘진짜 신’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성공 여부는 ‘진짜 신’ 마음대로 결정이 된다.[5]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변으로부터 우리의 실패가 그들의 신, 즉 ‘가짜 신’을 믿지 않은 결과라며 지탄을 받게 된다. 그러한 지탄이 계속되면 우리의 마음속에는 ‘사실은 진짜 신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결국, 우리는 ‘진짜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게 되고 다시 ‘가짜 신’을 섬기게 된다.
이렇게 ‘돌아온 탕자’가 다시 ‘진짜 신’을 만나게 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매니저’ 급은 되어야 ‘진짜 신’을 다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가서 진실을 깨닫는다고 하더라도 ‘진짜 신’을 제대로 섬기는 유일한 의식인 ‘창업’을 할 수 있을까? ‘가짜 신’도 나름 적당한 보상을 주고 있고 내가 보살펴야 하는 가족들도 있는 상황인데 과연 이 모든 것을 뿌리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대학생 시절 이단아 취급을 받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제 결론을 짓자. 대학생들은 창업을 하면 안된다. 모든 사람이 ‘진짜 신’의 존재를 깨닫는 ‘종교 개혁’같은 것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전까지 ‘가짜 신’은 끊임없이 대학생들을 지배할 것이며 ‘창업’을 통해 진실을 깨달은 대학생들은 끊임없이 이단아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이들의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믿음을 증명해 ‘종교 개혁’을 일으키든지, 개종을 해 ‘가짜 신’을 다시 섬기든지.
[1] 열 개 정도의 서비스를 만들었으니 열 번 정도 창업을 한 셈이다.
[2] 고객이 돈을 내지 않은 건 내가 대학생이어서가 아니다.
[3]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스펙용 창업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말이다.
[4] 물론 창업에 성공을 하면 이단아인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옳은 것을 증명을 한 셈이니까.
[5] 우리는 그저 ‘진짜 신’이 만족할 때까지 모든 것을 시도해보는 수 밖에 없다. ‘진짜 신’을 빠르게 만족시키는 방법을 적은 성경책이 바로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