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AI 스피커 대란은 거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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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트는 구글 트랜드에 대한 이해가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구글 트랜드 웹사이트: https://trends.google.co.kr/trends
Part 1. 작년에 산 AI 스피커, 쓰긴 하십니까?
구글 트랜드를 이용해 AI 스피커의 2019 년 실제 사용량을 알아보자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영화 ‘Her’의 후반부를 보면 주인공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비서 ‘사만다’가 자신 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장면이 있다.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와도 얘기하고 있는거야? 몇 명이나 되지?”
“8316 명이요”
“다른 누군가와도 사랑에 빠졌나? 몇 명이나 돼?”
“641 명이에요”
“넌 내꺼라는거야 아니라는거야”
“난 당신 것이기도 하고, 당신 것이 아니기도 해요..”
영화에서 OS 인 사만다가 인격을 가지는 것처럼 표현되므로 OS 1 개 즉, 서버 1 개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이 서버의 활성 사용자가 8316 명이며, (사랑에 빠지면 적어도 한 시간에 한번씩은 연락을 하니) HAU (Hourly Active User)는 641 명으로 볼 수 있다.
8316 명, 641 명이라면 그렇게 큰 숫자로 보이지 않지만, 이는 겨우 한 대의 서버에서 처리하는 양이므로 회사 전체 서버 개수로 곱하면 어마어마한 수가 될 것이다. 영화가 나온 2013 년 당시 구글의 서버 대수가 약 100 만 개라고 했으므로, 그 중 10% 인 서버 10 만 개를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에 쓰고 있다고 하면, 최소 6410 만 명이 인공지능 비서와 사랑에 빠졌다는 얘기가 된다. (대한민국 인구 전부 만큼이 인공지능 비서와 연애를 하고 있다.)
나만의 것인 줄 알았던 인공지능이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공유된다는 사실은 매우 슬프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AI 스피커 개발사들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다. (사용자가 없기 때문에…😂)
2017 년 아마존의 알랙사가 탑재된 ‘에코’를 시작으로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IT 기업, 심지어 국내 통신사들까지도 AI 스피커를 출시했다. 이에 많은 언론들은 ‘AI 스피커 시장이 급성장’한다며 스마트폰을 잇는 ‘Next Big Thing’이라고 평했다.
근데 과연 진짜 AI 스피커가 ‘Next Big Thing’일까?
Next Big Thing 즉, ‘진짜 트랜드’는 사실 ‘언론’이 아니라 ‘초기 사용자들’이 결정한다. 그래서 언론에서 뭐라고 하는지 보다는 실제 초기 사용자들이 제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세상을 바꿀 것 처럼 떠들썩 했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아니었던 ‘가짜 트랜드’는 항상 존재했다. 2016 년의 대표적인 가짜 트랜드는 ‘가상현실’ 이었다. 물론 언젠가는 VR 이 대세가 되겠지만, 과거 수 많은 언론들은 마치 VR 이 지금 당장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 처럼 떠들어댔다.
하지만 2019 년 현재 방구석 어디에 처박아 둔 VR 헤드셋은 아무도 쓰지 않고 있다. 이는 사용자들의 검색량을 봐도 알 수 있다. 초기 사용자들은 VR 의 미래에 큰 기대를 갖고 구입을 했지만, 대다수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결국 이들은 VR 로부터 등을 돌렸다. 즉, VR 은 ‘가짜 트랜드’ 였다.
- Google Trend 검색 결과, 언론이 떠들때만 급상했다가 감소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AI 스피커도 ‘진짜 트랜드’인지 예측할 수 있다.
사실 AI 스피커는 구글 트랜드를 이용하면 단순히 검색량을 떠나 ‘실제 사용량’까지도 알 수 있다.
내부자도 아닌데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바로 AI 스피커 자체가 ‘검색’이기 때문이다. (즉 ‘검색량’ == ‘사용량’이다.) 사용자들이 구글 AI 스피커를 이용해 물어본 것들이 모두 검색으로 이어져 구글 트랜드에 반영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검색 키워드와 겹치지 않게 검색어만 잘 조절하면 AI 스피커의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다. (네이버의 클로버도 네이버 데이터랩을 이용하면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구글 트랜드를 이용해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 홈’을 한국의 초기 사용자들이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구글의 AI 스피커 - ‘구글 홈’
- 참고: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구글 어시스턴트’는 2017 년 9 월부터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2018 년 9 월부터 AI 스피커 ‘구글 홈’을 출시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호출어는 ok google
이다. 사실 호출어는 단순히 스피커를 시작시키는 명령어이기 때문에 검색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해당 호출어의 관련 검색어를 보면 어떤 명령과 주로 함께 쓰는지 파악할 수 있다.
- ok google 의 검색량. 서비스가 출시 됐을때 급등 후 다시 급락한다. 아마도 초반엔 호출을 한 후에도 ok google 을 붙여서 말한 듯하다.
- ok google 은 주로
틀어줘
,날씨
와 함께 쓰인다.
사용자들이 구글 홈에게 가장 많이 쓰는 명령어는 틀어줘
이므로, 틀어줘
의 검색량을 찾아보면 구글 홈의 실제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다. (틀어줘
는 일반적으로 구글 검색창에 검색하는 키워드는 아니므로 순수하게 구글 홈을 통한 검색량을 알 수 있다.)
- ok google 에 비해
틀어줘
가 비교적 등락폭이 좁다
틀어줘
는 주로 노래를 틀어달라는 것을 의미한다.
빨간 색 틀어줘
의 검색 그래프를 보면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가 출시 됐을 때 (2017 년 9 월) 급등해 지속적으로 사용이 되다가, 구글 홈이 한국에 출시 됐을 때 (2018 년 9 월) 또 다시 잠깐 상승했다가 점차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2018 년 9 월 이후 검색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피커가 출시된 후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스마트폰에서 추가가 됐음에도 총 검색량이 감소한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이에 대한 내 해석은 다음과 같다.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가 출시된 2017 년 9 월부터 구글 홈이 한국에 출시된 2018 년 9 월 까지의 유지된 검색량은 ‘순수 사용자의 검색량’이 아니라, 구글 측에서 ‘구글 홈 출시를 위해 테스트로 한 검색’이 포함된 검색이다.
즉, 2017 년 9 월 ~ 2018 년 9 월까지의 검색량은 과대평가 된 ‘가짜 검색량’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 홈이 출시된 후에는 더이상 테스트 검색을 하지 않을테니 자연스럽게 순수 사용자의 검색량만 나오게 됐고, 이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론을 내자면,
구글 홈의 초기 사용자들은 스피커를 거의 쓰지 않고 있으므로, AI 스피커 시장은 거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선)
Part 2. 똑똑한 MP3, 기상 캐스터, 알람 시계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AI 스피커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까?
그럼 왜 한국 사람들은 구글 스피커를 거의 쓰지 않을까?
이제 누워서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말로만 명령하고 검색할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왜 쓰지 않을까?
그 이유도 구글 트랜드를 보면 알 수 있다.
ok google
관련 검색어 1 ~ 15 위까지를 살펴보자.
틀어줘
, 날씨
, 알람
명령어가 상위에 검색된다. 틀어줘
는 음악 랜덤 재생, 날씨
는 오늘의 날씨 브리핑, 알람
은 알람 시계 설정 기능을 요청하는 명령어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구글 홈으로 하고 있는 일들이 고작 음악 감상, 날씨 확인, 알람 설정 등인 것이다. 확실히 이러한 것들은 음성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긴 하겠지만 이게 AI 스피커가 가져다줄 미래인 것인가? 이 3 개를 위해서 AI 스피커가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AI 스피커는 킬러 앱이 없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쓸 이유를 못 느끼는 것이다.
AI 스피커가 대세가 되기 위해선, 다른 플랫폼에서는 할 수 없고 오직 AI 스피커 플랫폼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그런 킬러 앱이 필요하다.
그럼 어떤 것이 AI 스피커의 킬러 앱이 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AI 스피커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된다면 ‘진짜 트랜드’가 될 것이다.
위 ok google
관련 검색어에 등장한 7, 8, 11, 12 위(엄마
, 문자 보내줘
, 전화 걸어줘
)가 그 이유다.
구글 어시스턴트 사용자의 45% 정도가 구글 명령어로 엄마
를 찾고 있다. 어시스턴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구글 홈 스피커가 단순히 엄마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엄마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엄마(뿐만 아니라 가족 누구라도)가 집 근처에 오면 집에 있는 모든 AI 스피커에서 알림이 울린다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친구 방에 있는 AI 스피커에 전달해 노래를 함께 듣는 등 스피커 플랫폼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 말이다.
이러한 킬러 앱이 나와 초기 사용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AI 스피커를 추천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AI 스피커 시장을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신제품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평가가 후한 ‘초기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 제품은 대중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 AI 스피커로 화면이 있는 AI 스피커가 출시 되고 있지만, 과연 화면이 킬러 앱 부재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초안을 읽고 후기 및 리뷰를 해준 지원이, 양곤이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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